잠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다.
매일 밤 한 번씩 이 세계에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사람이 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면 어떨까.
하루 여덟 시간을 돌려받는다. 한 달이면 열흘이 넘고, 일 년이면 넉 달이 생긴다. 효율적이다. 당연히 그렇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살 수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잠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다. 우리가 잠드는 순간, 오늘 있었던 일들이 조용히 재편된다. 뇌는 그 어둠 속에서 상처를 봉합하고, 기억을 정리하고, 감당하지 못한 감정들을 슬쩍 먼 서랍 안으로 밀어 넣는다. 낮에 부서진 것들이 밤 사이에 어느 정도 다시 붙는다.
그러니까 잠은, 사실 허락이다.
오늘 실패했어도 괜찮다는 허락. 잠시 멈춰도 된다는 허락. 없던 일처럼 눈을 감아도 된다는,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면 된다는 허락.
아무리 힘들어도, 죽고 싶어도, 원망스러워도, 한없이 미래가 암울하더라도, 우리는 매일 밤 한 번씩 이 세계에서 잠깐 나간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다. 그게 매일 반복된다.
지나고 보면 그렇다. 그때 그 고통이,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괜찮아진 것 같다. 다 나은 건 아니지만, 조금은. 그 조금이 쌓인다.
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면 효율적이겠지. 하지만 우리는 매일 밤 무너지고 싶은 채로 눈을 감고, 다음 날 아침에 그래도 일어난다. 그 단순한 반복이, 사실 가장 질긴 생존이다.
다시 일어나기만 한다면.
살아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